모두의 속도를 배려한 무대…국립극단 기획초청 연극 ‘젤리피쉬’ 9월 개막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5-08-13 08:32:02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극 ‘젤리피쉬’가 오는 9월12~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극단은 민간 연극계와의 상생과 한국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기획초청과 민간교류 사업을 시도해 왔으며, 지난해 8월에는 [기획초청 Pick크닉]을 새롭게 정규 사업으로 편성해 매해 상하반기 정기 초청을 진행하고 있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극 ‘젤리피쉬’가 오는 9월12~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은 민간극단에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고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민간극단이 제작하거나 대학로 등지에서 발현한 우수 창작극이 초연에 그치지 않고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사업의 목표다. 
 
올해 두 번째 [기획초청 Pick크닉]으로 선정한 ‘젤리피쉬’는 27살 다운증후군 여성 ‘켈리’가 비장애인 남자친구 ‘닐’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으로, 선하고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장애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몰이해가 날카롭게 적시되어있다.
 
작품은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희곡으로 2018년 영국 런던 부시극장에서 초연하고 2019년 영국 내셔널시어터, 2023년 호주 뉴 시어터 등에서 공연했으며, 국내에서는 민새롬이 연출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제작했다. 
 
해외 공연 당시 오프웨스트엔드어워즈 4 부문, 작가조합상 후보 등에 올랐으며, 영국 공연에서 ‘켈리’를 연기한 사라 고디는 다운증후군 여성 예술가 최초로 대영제국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젤리피쉬’는 장애 여성의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소재로 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작품은 장애 여성의 생애 자기주도성, 성적 자기결정권 등 다루기 첨예한 주제들을 조명하면서, 사랑스러운 극중 인물들과 발칙하고도 톡톡 튀는 극적 장치들로 비장애 중심의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과 이데올로기를 지워낸다.

주체적이고 발랄한 ‘켈리’ 역은 백지윤이 소화한다. 그는 지난해 쇼케이스부터 올해 초연까지 한국판 ‘젤리피쉬’의 주역을 맡아 온 바 있다. 
 
백지윤은 다운증후군 무용수 출신으로,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특별 공연에서 발레 ‘지젤’의 페전트 파드되 중 여자 솔로를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2019년 드라마 ‘고고송’에서 연기한 적은 있지만 주역으로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건 ‘젤리피쉬’가 처음이다.
 
상대의 몫까지 1,642줄에 이르는 대사를 암기해야 하는 백지윤을 위해 연출과 창작진은 말과 언어의 설명이 아닌,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극의 서사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창작 조력자’라는 직책을 도입해 배우가 느끼는 긴장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극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관계들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각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현실과 극 속 세계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창작 조력자는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을 마련하고 연습의 시작과 마무리를 명확히 정리하기도 한다.

실제 무대에서도 공존과 배려가 이어졌다. ‘젤리피쉬’는 배우와 스태프 간 공개 워밍업으로 시작하고 각 장의 시작마다 배우의 상태를 점검하는 손 사인도 관객에게 노출한다. 또 무대 밖 공간에서는 프롬프터 역할을 하는 스태프가 상시 대기하고, 더딘 반응으로 배우가 대사를 놓칠 때면 프롬프터 스태프가 대사를 상기시켜 준다.
 
당사자성을 반영해 다운증후군 ‘켈리’ 역 외에도 저신장장애인 ‘도미닉’ 역에 김범진이 출연한다. 이외 ‘아그네스’ 역에 정수영, ‘닐’ 역에 김바다, 이휘종 등이 출연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프로덕션을 만들어간다. 
 
프로시니엄 중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구획 구분이 분명한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젤리피쉬’는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자리 잡은 경계선을 지우고 무대 위에 관람석을 올린다. 이는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을 전용 극장으로 운영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로, 창작진의 안전 보장과 제작 환경의 접근성 확보가 1순위라는 공연의 특수성과 관람 환경의 접근성 역시 연극의 일부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소외와 장벽 없는 연극을 목표로 하는 작품에 발맞춰 접근성 운영도 준비되어 있다. 한글자막해설, 무대모형 터치투어가 전 회차 진행되며 회차에 따라 한국수어통역과 음성해설, 이동지원, 무대 터치투어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국립극단 박정희 예술감독은 “관객의 마음속에 있는 경계를 허무는 연극이 극장의 경계마저 뛰어넘어 다시 한번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다”면서, “‘젤리피쉬’는 장애를 이야기하지만, 장애를 잊게 하는 연극이다. 다름이 틀림으로 읽히고 분열과 반목이 마음을 할퀴는 시대에 단순히 장애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 모두가 돌아봐야 할 연극”이라고 전했다.
 
한편 ‘젤리피쉬’의 예매는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NOL티켓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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