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은빈, '하이퍼나이프' 세계관 최강자 벌꿀 오소리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5-05-14 07:00:40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박은빈의 도전은 팬들의 심장을 세차게 뛰게 한다. 섬세한 연기력과 표현력, 감정선, 딕션까지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믿고 보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가수로서 영역을 넓혔다면, 2025년에는 자신의 필모에 캐릭터의 다채로움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4월 9일 전편이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로, 박은빈의 첫 메디컬 장르 도전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정세옥 역 박은빈/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베일을 벗은 '하이퍼나이프'의 세옥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의사이자 캐릭터였다. 극 중 세옥은 17세의 나이에 의대 수석 입학할 정도로 천재지만,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던 최덕희 교수에 의해 의사 면허를 박탈 당했다. 그는 결국 섀도우 닥터로서 불법수술장을 전전하며 뇌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약사로 살아간다. 사람을 살리는 천재적인 면모와 더불어 고의적으로 죽이기도 했다.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 촬영 중에 '하이퍼나이프'를 제안 받았다. 긍정적인 목화를 연기하던 중에 만난 '하이퍼나이프'는 제목부터 눈에 들었고, 범상치 않은 캐릭터 소개는 박은빈을 이끌었다. "의사인 주인공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한다는 설정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비범함, 범상치 않음에 흥미가 돋았다. 이 작품을 기획하신 기획자들께 제안 받았는데, 저를 생각한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물어봤다. 받은 답변이 제가 해야만 이 이야기가 신선하고 새로울 것 같다고 대답해주셔서 참 재밌는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긍정 검토하는 와중에 확정 짓기까지 시간이 좀 충분했다. 설정이 바뀌는 대본들을 계속해서 받았다. 살인의 정당성의 농도가 변모하는 것 등이 바뀌었다. 이런 장치들로 설명이 필요할까 의문이 생겨서 작가님을 만나뵙고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님이 초반에 기획했던 스타일을 보여드리게 됐다. 저도 안 해봤던 캐릭터여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하이퍼나이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드라마 장르가 나눠진다. 4부, 5부 초반까지는 세옥이 불법 수술을 하면서 자신의 눈에 거슬리면 사람을 죄책감 없이 죽였다. 매회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장면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박은빈은 "저도 '뭐지? 이 오묘한 대본은?' 이라는 말을 하면서 대본을 봤다"고 했다. "덕희와 일반적이지 않은 감정들이 오고 간다. 평범하지 않은 사제지간인 것은 맞다. 작가님께 여쭤보긴 했지만, 이 작품은 메시지보다는 새로운 감각들을 체험해보시라는 것에 주안점을 맞추고 싶었다. 여러모로 4부까지 인물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제시하는 회차다. 5, 6부부터는 서로의 민낯을 까발리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중간에 대본이 바뀐 적도 있었다. 다시 합심해서 생각하는 방향대로 잘 끝나서 후회는 없다."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정세옥 역 박은빈 캐릭터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이코패스 면모를 가진, 반 사회적인 성격을 띠는 세옥을 이해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캐릭터성이 독보적이고 강렬하지만, 박은빈에게는 최덕희와의 서사가 풀리기 전까지는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세옥의 캐릭터성은 초반과 전반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이 얼마만큼 납득할지가 큰 숙제였다. 어떤 이유에도 살인이 미화되면 안된다. 주인공이 아닌 빌런이면 마음껏 악행을 저지를텐데 내가 이야기의 구심점을 가지고 갈 매력을 만들수 있을까 조심스러웠다.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되게, 이해는 못해도 공감은 되게 만들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세옥은 캐릭터 설정 마저도 과할 정도로 강렬했다. "원래 제목 후보에 '하이퍼매스'도 있었다고 한다. '나이프'는 의사들이 쓰는 용어도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매스라는 의미다. 사람을 살리는 칼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프가 된 것이다. 대만 제목은 '광의마도'라고 하더라. 미친 의사. 또 '개를 부리는 여자'도 후보에 있었다고 하더라. '개부녀'라고 우스개 소리로 해주셨었다. 아마 개 3마리와의 발전된 내용도 있을뻔 했던 것 같다. 원래 핏불 설정인데, 3마리를 구할 수 없어서 로트와일러로 바꿨다. 세옥은 3마리를 데리고 산책해야 함으로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근데 실제 촬영하면 제가 발사가 되더라. 개 3마리를 부릴 수 없어서 한 마리씩 산책하는 장면으로 찍었다."

'하이퍼나이프' 세계관 내에서 세옥에게는 최덕희는 물론, 그 어떤 권력도 하물며 '신'이라 칭해지는 사이비 교주도 어쩌지 못했다. 세옥이야말로 세계관 최강자다. 박은빈은 "그 성격 때문에 이 친구는 자기 행동에 타당성을 찾고 자신만을 정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옥이를 처음에 이미지화 할 때 정돈되지 않은 거친, 통제불능의 살쾡이 같은 고양이과를 생각했다. 처음 팬 시사회 하고 꿀벌 오소리 같다는 반응이 있었다. 처음 알게된 동물인데 겁이 없는, 기가 아주 세고 사자 앞에서도 대드는 사바나의 (족제비과)동물이 있다고 하더라. 생각지 못한 반응을 얻었다. 몸집이 큰 편도 아니다. 기세만큼은 지지 않으려고 애쓴 부분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여겼다."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럼에도 세옥에게는 '스승' 최덕희가 존재한다. 최덕희로 분한 설경구와 첫 호흡을 맞춘 박은빈은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다. "함께 호흡하는 배우진이 너무 중요하다. 어떤 하이퍼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기다리는 와중에 설경구 선배님이 검토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설렜다. 이렇게 긴밀한 호흡을 주고 받아야 하는 유대관계를 설경구 선배님이라는 대선배와 함께하면 나는 걱정할 거리가 없겠다 너무 든든했다. 실제 많이 의지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의지할 틈을 안주시더라. 너무 동등하게 대해주시더라. 선배님에 대해서도 많이 알았다. 가장 친한 배우로 얘기해도 되냐고 허락 받았다(웃음). 선배님은 은근슬쩍 배려도 잘 해주시는데, 감사하다고 하면 겸연쩍어하신다. 굉장히 칭잔을 낯부끄럽게 생각하시더라. 내향적인 면들이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선배님이 궁금해서 질문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저를 되게 외향적인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제가 '선배님이라서 그런다'고 하니 고마워해주셨다. 선배님 인품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하이퍼나이프' 5부부터는 마치 매회 장르가 바뀌듯이 폭풍처럼 서로를 향한 감정들이 치열하게 부딪혔다. 끝내는 덕희가 자신과 DNA 마저도 닮았다고 생각하는 세옥이 성장할 수 있게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 덕희와 세옥은 '피폐 멜로'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서로를 향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렬하고, 남달랐다. 박은빈과 설경구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설경구와는 더할 나위 없는 호흡이었다는 박은빈은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나왔다고 했다.

"작품 준비하는 동안에는 여러 해석을 거치지만 현장에서는 오감을 열어두려고 한다. 캐릭터대로 연기하고 싶어서. 그러다가 세옥으로서 나온 말이 야산에 사람을 묻을 때 대치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 대치하다가 회차 넘어가서 쓱 가버린다. 제가 흐름을 깨는 말이 필요할 것 같았다. 서로 말이 안통해서 '노친네'라고 하기도 했다. 8부에서 양경감 죽이고 난 후에는 들판인데 '잠이 와?'라는 선배님의 대사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힘들어 죽겠는데 왜 서서 기다리냐, 저는 누워서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실제 누워있는 것으로 촬영했다. 잠을 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또 선배님이 애드리브로 '한심한 새끼'라고 한 적이 있으신데, 세옥이 눈에도 덕희가 한심해 보여서 되갚아주기도 했다. 저는 선배님 아니었으면 이 작품을 완주할 수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다. 존재 자체가 위로였고,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이라고 느껴졌다."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정세옥 역 박은빈/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반면, 엔딩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은빈과 김정현 감독은 해피엔딩으로 해석했지만, 설경구는 최덕희의 굳은 의지처럼 새드엔딩을 바랐다. "사실 열린 결말이지만, 저한테는 완전하게 완결을 맺은 해피엔딩이라 생각했다. 선배님과는 그 의견이 갈렸다. 시청자분들이 파멸하라고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행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5주 안에 캐릭터에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누구 하나 지지않은 서로가 목표를 이룬 두 사람의 승리를 다룬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또 박은빈은 "덕희는 세옥에게 실패를 알려주고자 한다. 수술장에서 울어보라고. 환자를 살리려는 마음을 알려주고자 하신다. 환자 때문에 울어보는 경험, 이런 면에서 세옥을 참 많이 울리셨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통곡하게 만드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덕희라는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알려주셔서 감정적인 일깨움은 성공시켰다고 생각했다. 저는 선생님이 실패 시키려는 그 실패를 안하게 된게 저의 성공이라 생각했다. 여러모로 덕희도 세옥이한테 눈물을 뽑고 싶어했던 목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원치 않는 가르침까지는 필요없다고 하고 퍼펙트를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세옥과 덕희는 수술과 뇌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다. 세옥의 꿈은 수술실에서 죽는 것이었다.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해준 세옥 캐릭터만큼이나, 박은빈도 뭔가에 미쳐 죽고싶다는 감정이 있을까. 그는 "세옥과 덕희에게 수술장이 있다면, 저에게는 현장이다"고 했다. "세옥의 감정은 일반적인 감정에서 많이 벗어난 감정이다. 요동치는 감정들을 겪으면서 저 또한 감정의 폭풍 속에서 이런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해봤다. 미쳐있다는 것은 죽어도 괜찮은 정도로 여한이 없냐는 것인데, 저는 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인간 박은빈으로서는 안전하게 평온하게 누리고 싶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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