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은 힙한 장치 아닌 저항의 메시지”…서울예술단 창단 40주년 기념작 ‘백범’

영화/뮤지컬/연극 / 임가을 기자 / 2026-10-21 16:07:38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창단 4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이 실험적 시도와 보편적 메시지를 더한 창작가무극 ‘백범’을 선보인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창단 4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이 실험적 시도와 보편적 메시지를 더한 창작가무극 ‘백범’을 선보인다. (사진=서울예술단)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서울예술단 40주년 기념공연 창작가무극 ‘백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손재오 서울예술단장 겸 예술감독, 주미석 공연기획팀장을 비롯해 원미솔 작곡, 정태영 연출, 홍유선 안무감독, 최인형 단원 실장, 박재은 단원 등이 참석했다.

‘백범’은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창작가무극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백범 김구의 삶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백범은 누구인가’,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나라를 꿈꾸고 있는가’를 묻는다.

손 단장은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자 서울예술단 창단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서울예술단이 지난 40년 동안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창작가무극의 언어로 무대화해 왔다는 점에서 ‘백범’은 창단 40주년의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초연된 ‘백범’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해 관객을 다시 만난다. 주 팀장은 “당시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과 많이 만나지 못한 작품이다. 김구를 위인전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여러 배우가 김구를 소화하고 앙상블이 함께 무대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예술단에서 이 작품을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서울예술단

 

특히 ‘백범’은 소년 김창암부터 동학농민운동, 치하포 의거,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 이후까지 이어지는 백범의 삶을 한 명의 배우가 아닌 여러 배우가 함께 완성한다.

손 단장은 “‘백범’은 한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구 선생이 꿈꿨던 나라, 그가 말한 높은 문화의 힘, 분열을 넘어 하나 된 공동체를 향한 바람을 오늘의 관객과 함께 다시 생각해 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백범이라는 이름에는 낮은 자리의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 나라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던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한 명의 영웅을 무대에 세우는 작품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백범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출연진 모두가 ‘백범’이 되는 캐스팅은 ‘백정(白丁)’과 ‘범부(凡夫)’에서 따온 ‘백범’이라는 김구의 호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고 시대를 움직여 왔다는 핵심 메시지를 상징한다.

정 연출은 “이 작품에서는 32명의 출연자 모두가 백범이고 민초”라며, “평범한 모든 사람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백범 선생님의 신념을 한 사람이 소리 내어 외치고, 또 다른 백범이 받아낸다. 이런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마지막 백범이 관객들에게 여러분의 소원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위아래로, 좌우로 나뉘어 다투는 요즘 시대에 이 질문이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작품은 ‘백범일지’를 바탕으로 한 서사를 펼치며 랩을 비롯한 현대적인 음악으로 백범이 품었던 신념과 고뇌를 펼친다. 원 작곡은 “시대의 정서를 담으면서 현대적인 음악의 리듬과 조화를 이룰 접점을 찾아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또 원 작곡은 “독립운동의 기록과 ‘백범일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지만, 음악적으로 단순히 시대극의 정서에 머무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힙합과 랩, 강한 비트와 자유로운 에너지가 한국적인 선율과 어떻게 잘 만날 수 있을지, 그걸로 인물의 신념과 시대의 격동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서울예술단

뮤지컬에서 생소한 랩을 작품의 주요 장르로 사용한 점에 관해서는 “‘힙’하게 해보려는 장치가 아니라, 억눌린 목소리와 저항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외침의 재료”라고 이야기했다.

원 작곡은 “외침을 어떻게 리듬화할지 고민했고 ‘듣고 보니 랩을 하고 있네’ 할 정도로 이질감을 없애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라면서, “이번 작품의 랩은 느낌표가 아주 많은 말들이다. 거기에 진정성을 담으면 멋의 수단으로만 보이지는 않더라. 영혼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외침을 운율 있는 말로 담았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적인 랩, 힙합 장르의 음악과 더불어 움직임 역시 K-팝 댄스와 한국무용을 결합한 안무를 선보인다. 홍 안무 감독은 “안무는 한 시대의 움직임과 집단의 에너지를 무대 위에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서 출발했다”라면서, “군무와 퍼포먼스를 결합해서 역사적 소재가 지닌 무게감을 지키면서도 오늘날 관객들이 감각적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울예술단만이 가진 특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7명의 백범을 연기하게 된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 단원 실장은 “백범 선생님과 여러 독립 열사, 그 시대를 함께 견뎌낸 민초들로 분하면서 매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라면서, “백범을 맡은 배우가 17명이라 당시 독립의 역사와 여러 순간을 겪었을 백범 선생님의 감정들을 단원들의 다양한 분석과 해석으로 표현했다. 그 감정들이 연결되면서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박 단원 역시 “처음 대본과 악보를 받았을 때는 역사적 인물을 다룬 작품을 연기하고 노래한다는 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연습을 거듭할수록 백범 김구 선생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백범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관객 여러분이 무대 위 저희를 보실 때 그 시대의 인물을 재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과 목소리로 선생님의 용기와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백범’이 서울예술단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만큼, 예술단의 향후 방향성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예술단체 서울예술단을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이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손 단장은 “국가 균형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전 정부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라며, “현재는 결정된 게 없다. 예산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 단원 실장 역시 “단순 물리적 이전보다는 지금까지 쌓아온 40년의 역사와 창작 프로세스를 잃지 않으면서, 광주뿐 아니라 여러 지역민도 함께 누리고 해외에서도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책적인 것과 서울예술단이 현재까지 해왔던 일들이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백범'은 내달 14~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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