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세상 엿보기] 원효주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공공기관 통폐합, 기능과 효과 따져야”
유호경 기자
lawyeryu@naver.com | 2026-09-07 17:39:56
[SWTV 유호경 기자] 공공기관 개혁의 목적은 기관 수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제공하도록 기능과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통폐합 규모보다 각 기관의 역할과 경쟁 효과, 재무구조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기능과 조직을 재편해 총 109곳을 감축하고, 발전 5사를 ‘한국발전’(가칭)으로 통합한다. 또 4개 항만공사와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도 각각 하나로 합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통합은 중복 기능을 줄이고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여러 기관을 하나로 합친다고 반드시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공기업 사이의 경쟁이 사라지면 오히려 비효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법과 제도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비슷한 업무를 맡은 여러 기관이 존재하면 기관별 성과를 비교하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반면 통합으로 경쟁 상대가 사라지면 비용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개선할 유인도 약해질 수 있다.
기관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제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을 운영하고,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김해·제주 등 전국 주요 공항을 관리한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공항 운영이 아닌 신규 공항 건설을 담당한다.
정부가 공항 관련 기관의 통합을 당장 추진하지 않고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뒤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성격과 목적이 다른 기관을 하나로 합치면 각 기능의 특성이 희석되고, 조직이 축적한 전문성까지 약해질 수 있다.
재무구조가 다른 기관을 통합하는 문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에너지와 주택 분야 공기업의 부채에는 공공요금 억제와 정책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이 반영돼 있다. 재정 상태가 양호한 기관과 부채가 많은 기관을 합치면 건전한 기관의 재원이 다른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쳐 출범했지만,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다시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기로 했다. 물론 LH의 재무 부담을 과거 통합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공공임대주택 등 정책사업에서 발생한 비용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성격이 다른 기능을 한 조직에 묶는 것만으로 정책사업의 구조적 부담까지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업무가 겹치는 기관을 정비하고 불필요한 관리 비용을 줄이는 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기관을 같은 기준으로 통합해서는 안 된다. 기관별 기능과 경쟁 관계, 재무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통폐합은 오히려 새로운 비효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기관의 숫자를 미리 정해 놓고 조직을 합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직접 맡아야 할 기능과 민간에 맡길 영역을 구분하고, 경쟁이 효율성을 높이는 분야에서는 기관간 경쟁을 유지해야 한다. 정책 수행으로 발생한 부채와 손실에 대해서도 기관 통합에 기대기보다 정부의 재정적 책임과 관리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결국 공공기관 개혁은 ‘얼마나 줄였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기능 중심의 조직 재편·경쟁 촉진·재무건전성 확보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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