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펼쳐낸 여성서사…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대상작 ‘역행기’ 9월 개막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7-30 09:55:12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수메르 신화를 재해석한 연극 ‘역행기’가 오는 9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역행기’는 수메르 신화 속 에레쉬키갈과 인안나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난 2024년 열린 창작희곡공모 대상 수상작이다.
원전인 ‘인안나의 명계 하강’은 고대 수메르의 대표적인 신화로, 풍요와 사랑의 여신 인안나가 이복언니 에레쉬키갈이 다스리는 지하 세계(명계)를 방문하는 여정을 그린다.
명계의 법칙에 따라 일곱 관문에서 모든 소유물을 박탈당하고 나체로 죽음을 맞이한 인안나가 신들의 도움으로 부활해 지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거대한 상실의 경험 속에서도 끝내 부활을 선택하며 삶과 계절의 순환을 만들어 내는 인간 정신의 원형을 상징한다.
작품은 신화를 은유 삼아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펼쳐낸다. 개인의 상실과 고독, 관계의 균열을 좇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끝내 삶을 이어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비춘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상처와 회복을 담아내 여운을 남긴다.
총 303편의 응모작 가운데 선정된 ‘역행기’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과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고려할 때 대작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 조사와 낭독공연 등 작품 개발 과정을 이어왔으며, 약 2년 간의 작업 끝에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김주희 작가는 “가시화되지 않았던 우리 주변 평범한 이들의 삶이 얼마나 눈부시게 가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관객들에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다정한 노크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하며 관객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신재훈 연출은 “낙오와 고립은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 시스템이 남긴 깊은 상흔”이라며, “방바닥에 들러붙는 고통을 겪는 이 시대의 모든 청년이 이 작품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고, 어둡고 축축한 바닥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단단한 기반임을 느끼며 위로와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는 ‘명성황후’, ‘영웅’ 등을 거친 한국 무대미술의 거장 박동우 디자이너가 나섰다. 그는 약 40년간 쌓아온 노련한 무대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텍스트 속 방대한 땅 밑 세계와 지하 일곱 관문으로의 하강 서사를 입체화한다.
한편 ‘역행기’는 오는 9월 3~13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국립극단 및 NOL티켓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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