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자, 숲에 깃든 생명의 기운 삶을 위무
장은선갤러리 '숲의 기운, 정령의 풍경’전, 30일까지
숲의 역동성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 희망의 메시지 전해
박종진 기자
krbdm21@gmail.com | 2026-10-19 09:29:38
[SWTV 박종진 기자]자연은 생명의 근원이며, 때로는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안식처이자 인간과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윤인자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본질을 숲과 나무, 꽃과 대지의 이미지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forest-spirit. 65.1x53.0cm. oil on canvas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조형언어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온 윤인자 작가의 초대전 ‘숲의 기운, 정령의 풍경’이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의 생명성과 자연에 깃든 정신적 에너지를 표현한 유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의 중심에는 ‘정령(精靈)’이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자연을 구성하는 나무와 풀, 흙과 바람이 단순한 물질적 존재를 넘어 고유한 생명과 기운을 지닌 존재라는 인식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자연의 형태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순환하는 생명의 움직임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겨울산의 침묵에서 원색의 숲으로…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
윤인자의 작품세계는 자연의 외형적 아름다움보다 그 안에 내재한 생명의 본질을 탐색해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초기 작품에서 작가는 흙과 대지, 겨울산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특히 생장을 멈춘 겨울의 나무와 산을 갈색과 회색, 검은색 등 절제된 색채로 표현하며 자연의 고요함과 내면적 깊이를 강조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윤인자의 겨울산 연작에 대해 화려한 색채가 배제된 풍경이 관람자를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고 분석했다. 또한 흙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생명의 근원과 자연의 순환질서를 읽어냈다.
신 평론가는 작품 속 나무의 형상에 주목하며 “직립하는 나무는 인간과 닮은 형상이다. 더구나 인간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서정성을 내포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인자의 회화에서 나무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와 삶을 상징하는 조형적 대상으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forest-spirit 24.1x19.4cm oil on canvas
최근의 ‘forest-spirit’ 연작에서는 이러한 자연관이 한층 역동적인 색채와 구성으로 발전한다. 과거 겨울산의 정적이고 절제된 분위기와 달리 선명한 원색의 나뭇잎과 수직으로 뻗은 나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뭇잎의 형상과 겹겹이 쌓인 색채는 숲이 지닌 생명의 밀도와 에너지를 강조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 역시 비어 있는 배경이 아니라 빛과 공기, 생명의 기운이 흐르는 장소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달라졌다기보다, 오랫동안 탐구해온 생명의 본질을 새로운 회화적 언어로 확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침묵하는 대지와 겨울나무에서 잠재된 생명력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강렬한 색채의 숲을 통해 그 생명력이 밖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인자의 회화에서 주목할 또 다른 특징은 캔버스의 뒷면을 활용하는 독특한 제작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화가들은 표면 처리가 된 캔버스 앞면에 그림을 그리지만, 윤인자는 씨줄과 날줄이 드러나는 거친 뒷면을 작업의 바탕으로 삼는다.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매끄럽게 가공된 표면보다 직물의 원초적인 질감에서 살아 있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친 바탕 위에 물감을 여러 겹 올리고 붓과 나이프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은 단순한 채색을 넘어 물질과 신체의 감각이 결합하는 작업이다.
전통적인 명암법과 원근법에서도 일정 부분 벗어난다. 화면을 평면적으로 구성하고 형태를 단순화하는 대신, 반복되는 붓질과 색채의 중첩으로 화면의 밀도와 깊이를 확보한다. 특히 강렬한 원색은 장식적인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색과 형태가 반복되고 서로 겹쳐지면서 숲의 역동성과 생명의 확장성을 드러내는 조형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풍경화와 구별된다. 윤인자의 숲은 실제 존재하는 특정 장소의 기록이라기보다 자연에서 체험한 감각과 기억, 정신적 울림을 재구성한 내면의 풍경에 가깝다.
숲의 정령이 전하는 위로…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향한 메시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공존이다.
윤인자는 작가노트에서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생명의 탄생과 휴식, 소멸과 재생이 반복되는 질서를 발견한다고 밝힌다. 산과 바다에서는 힘과 에너지를, 숲과 갯벌에서는 위로와 기다림을, 개나리와 진달래의 군락에서는 생동하는 기운을 느낀다는 것이다.
▲forest-spirit 90.9x72.7cm oil on canvas
그에게 자연은 인간의 감상 대상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사회의 삶과도 연결된다. 도시화와 경쟁 속에서 자연과 멀어진 인간에게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가 된다.
작가가 작품에 등장시키는 ‘정령’ 역시 초자연적인 존재를 묘사하려는 시도라기보다 자연이 지닌 순수함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인자는 자연 속에서 나무와 풀, 흙과 꽃, 바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교감이 인간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작가는 자연에서 발견한 순수한 감정들이 모여 선한 영향력을 지닌 정령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이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공존의 가치를 전달하려는 예술적 지향과 맞닿아 있다.
윤인자의 숲이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다. 화면을 가득 채운 나무와 잎들은 저마다 독립된 존재이면서도 하나의 숲을 이루며 서로 연결돼 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난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그의 그림에서 숲은 자연의 외형을 넘어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번 ‘숲의 기운, 정령의 풍경’ 전시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회화적 언어로 되묻는 자리다.
부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윤인자는 30여 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서울·부산·자카르타·싱가포르 등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한국미술협회와 상형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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