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프라이드’ 김경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아픔…어렵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5-04-30 08:47:42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08년 두 시대를 오가며 숙명적으로 반복되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우정을 그리는 연극이다. 극작가 알렉시 캠벨의 작가 데뷔작으로 2008년 영국 로열코트극장에서 초연을 올렸으며, 국내에는 2014년 초연을 올려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연극열전에서 연극 ‘프라이드’의 ‘필립’ 역으로 활약 중인 김경남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2년 연극 ‘사랑’으로 데뷔한 김경남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더 킹: 영원의 군주], [한 사람만], [커넥션] 등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주로 드라마 쪽에서 두각을 보인 그였지만, 무대에서 데뷔를 치른 만큼 무대에 대한 애정 역시 깊었다.
“연극은 드라마보다 배우 예술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매체 활동을 하면서도 1~2년에 한 번씩은 꼭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프라이드’는 김경남이 연극열전과 함께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공연되었던 연극열전의 작품 ‘킬롤로지’에서 그는 잔혹하게 죽일수록 점수를 얻는 게임을 개발해 떼돈을 번 개발자 ‘폴’ 역을 맡아 활약했고, 이는 곧 ‘프라이드’의 참여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연극 팬 사이에서 비가 올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프라이드’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이다.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려있는 작품인 만큼, 새로 참여하는 배우에게는 부담이 실릴 수밖에 없었고 김경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라이드’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고, 가장 최근 시즌이 올라온 지 6년이 됐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죠. 워낙 이 극이 관객들에게 남기는 잔상이 굉장히 강해서 새로운 시즌을 올릴 때마다 배우들도 다 부담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부분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우리 작업에만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작품은 엄청난 텍스트양과 함께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높은 난도를 자랑한다. 그가 여러 의미로 쉽지 않은 작품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대본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고민했어요. 근데 한 번 더 천천히 다시 읽다 보니 빠져들었죠. 대본이 가진 어떤 힘에 끌렸달까요. 욕심이 나고, 이걸 한번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두 달 정도 되는 연습 과정 동안 하루에 두 번씩만 읽는다고 해도 60번, 공연이 올라가고 지금까지 거의 100번 가까이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셈인데 질리지 않아요. 읽을수록 새로운 게 계속 보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나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계속 흥미롭고 새로우면서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품에서 김경남이 맡아 연기하는 두 시대의 ‘필립’은 동성애자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대본에 가장 많이 의지했다고 말한 그는 “필립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대본 안에 정말 많았다”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라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경남은 이번 ‘프라이드’를 계기로 빛바랜 추억을 찾기도 했다. “퀴어 작품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제 데뷔 연극이 퀴어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었다. 상대 남자 배우와 키스신도 있었다”고 이야기를 꺼낸 그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나 이미 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회상했다.
‘프라이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의 1958년, 2008년을 통해 퀴어의 목소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그린다. 두 시대를 교차해 보여주는 작품에서 그는 현대보다는 과거에 더욱 세밀한 초점을 맞췄다.
“‘1958년은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프로그램 북 속 작가의 말처럼, 2008년보다는 1958년이 꼭 그때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어요.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엄격했고 힘들었던 시기와 현대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1958년의 필립은 죄인처럼 숨어 살아야 했던 안타까운 인물이지만, 2008년도의 필립은 시대가 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좀 더 고결하고, 순수한 사랑을 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죠. 그런 지점에서는 두 시대의 필립이 닮아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시대 사이의 확연한 차이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는 1958년도 필립의 대사와 표현을 섬세하게 소화하는 데 있었다. “우리가 평소 쓰는 말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그 시대의 말투와 흐름을 체화하는 데 많이 노력했다”고 말한 그는 1958년의 필립을 구축해 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작가님도 연습 시간에 오셔서 1958년도 대사들은 조사, 어미, 음절 하나까지 소중하게 지켜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 시대의 톤 앤 매너와 말투의 뉘앙스, 제스처와 걸음걸이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였거든요. 영국 번역극이라 문어체 느낌이 강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이 신경 썼어요. 또 2008년도 부분을 연기할 때는 더 라이트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변주를 주려고 했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누르면 이동합니다.
[ⓒ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