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무대 뒤, 땀과 디테일의 집합체…태양의서커스 ‘쿠자’ 백스테이지를 가다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5-11-24 07:00:09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최고의 서커스단으로 손꼽히는 태양의서커스는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상륙한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게 만드는 천막은 ‘빅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높이 약 20m, 지름 약 51m라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 ‘움직이는 마을’ 속에 자리한 약 120명의 인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오늘의 쇼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태양의서커스 ‘쿠자’ 백스테이지 투어를 안내한 줄리 데마레 수석 홍보 담당자는 로비 텐트 ‘컨세션’에서 “‘쿠자’는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장비의 무게만 총 2천 톤에 달한다”며, “공연장 빅탑은 2500석 정도 수용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평일 공연을 준비하는 ‘휠 오브 데스’의 아티스트들은 빅탑 공연장에서 한창 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었다. ‘휠 오브 데스’는 지름 2m, 725kg(1,600파운드) 무게의 금속 휠 안팎에서 두 명의 아티스트가 달리고 곡예를 펼치는 액트로, 장비를 움직이는 기계적인 장치 없이 온전히 사람의 완력만으로 작동된다.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편안한 평상복을 입고 연습에 열중하던 그들은 이질적인 빨간 부츠를 모두 신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줄리는 이 액트만을 위해 맞춤 제작한 의상의 일부라고 소개하며 “‘휠 오브 데스’ 장비에서 곡예를 펼칠 수 있게끔 맞춰서 제작했다. 리허설 또는 트레이닝을 할 때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백스테이지를 거쳐 넘어간 ‘아티스틱 텐트’는 54명의 다국적 아티스트들이 훈련하는 장소로, 의료적인 도움을 주는 2명의 물리치료사와 분장실이 이어져있다. 이 곳은 태양의서커스 투어 시설 중 가장 먼저 세워지는 텐트이기도 하다. 이날 아티스틱 텐트에서는 거울 앞에서 새로운 아티스트가 안무를 익히고, 곧 무대에서 트레이닝을 할 예정인팀이 머리만을 사용해서 점수를 내는 헤드 발리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갈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콜 타임은 공연 1시간 30분 전이지만, 아티스트마다 자신의 루틴이 있기에 하루 일과는 굉장히 다르다. 보통 공연 4~5시간 전 빅탑에 도착하는 이들은 공연장에 자리한 주방에서 식사와 티타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 각자 일정에 맞춰 트레이닝과 준비 운동을 하고, 공연과 공연 사이에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기도 한다.

 
▲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태양의서커스 아티스트들은 분장을 스스로 하기에 분장실에는 각자의 화장대가 주어진다. 역할에 따라 분장 방식은 모두 다르며, 작품 특성상 전직 스포츠 선수가 많아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태양의서커스에 입단한 후 새롭게 분장 스킬을 배우게 된다.

이날 줄리는 다양한 분장 사진을 보여주며 복잡도에 따라 메이크업에 최소 30분에서 1시간 반까지 시간이 걸리며, 가발 스타일링은 최대 6시간까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쿠자’가 금박을 활용한 분장을 선보인 첫 번째 작품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의상만 약 1,200개가 되는 만큼 이를 보관하고 수선하는 의상실 역시 준비되어 있다. 태양의서커스에 첫 단원이 된 아티스트는 175군데의 신체 치수를 재고,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의 본사에서 제작한 맞춤 수제 의상을 입게 되는데 투어를 도는 동안에는 이러한 의상을 8명으로 구성된 의상팀이 관리하게 된다. 이들은 일주일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면 모든 의상을 세탁하고 건조하며, 이 외에도 여러 수정 작업과 유지·보수·관리 작업에 임한다.

백스테이지 투어 이후에는 ‘휠 오브 데스’ 아티스트 지미 이바라 자파타, 윌리엄 토레스와 밴드 리더 겸 드러머 에덴 바하르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 (왼쪽부터) 지미 이바라 자파타, 윌리엄 토레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2막의 하이라이트를 자랑하는 ‘휠 오브 데스’는 서커스 자체가 흔치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1960년대에 탄생한 정통 서커스 액트 중 하나이다. 이 액트에 대해 NASA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훈련을 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커스에 접목을 시켰으며, 조금씩 변형되며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지미는 “액트를 구성할 때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모습과 곡예를 합쳐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 두 가지를 합쳐서 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 아드레날린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휠 오브 데스’라는 액트는 많이 공연되고 있지만, 운이 좋게도 저희에게는 최고의 장비가 있고 저희가 구성한 액트도 세계에서 1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가 ‘쿠자’에서의 ‘휠 오브 데스’ 액트에 이토록 자부심을 갖는 이유는 무대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을 짜여진 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닌, 그가 직접 만든다는 점에 있었다. “액트 중 보시는 모든 것들은 사실 제가 만든 거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한 지미는 액트를 만들어나간 과정에 대해 더욱 세세한 설명을 더했다.

“저는 열네다섯살에 ‘휠 오브 데스’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태양의서커스에 오기 이전부터 이미 ‘휠 오브 데스’에서 굉장히 긴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곡예는 모두 제가 주도적으로 디자인했다. 이게 중요한 건 이 액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아티스트 본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역할로서 액트를 다 만들어가고 있고, 그렇기에 더 나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저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서 본 공연에서 착용하는 부츠를 트레이닝에서도 똑같이 착용한 만큼,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도 곡예에서는 주요하게 작용한다. 지미는 “관객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작은 디테일까지 조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희가 사용하는 휠의 장력이나 굵기, 두께까지 신경쓰고 심지어 공연 중 조금 더워졌을 때 에어컨 바람이 어떤 세기까지 불어도 괜찮은지까지 다 신경 쓰고 있다. 이 하나하나가 저희 액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부분까지 고려하고, 테크니션, 엔지니어 분들과 소통하면서 관객분들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좀 더 편안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

이날 만난 두 명의 ‘휠 오브 데스’ 아티스트는 모두 콜롬비아 출신으로 ‘서커스 핏줄’을 타고났다. 지미는 3대째 서커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윌리엄 역시 콜롬비아의 서커스 가문에서 자랐는데 특히 ‘휠 오브 데스’의 아티스트였던 윌리엄의 아버지는 지미의 스승이기도 해 끈끈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었다.

이에 관해 윌리엄은 “아버지께서 저희 모두를 가르쳤다고 보셔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미는 저보다 25년 먼저 시작했고, 제가 8살이었을 때 아버지께서 지미와 함께 공연을 하는 걸 보면서 ‘휠 오브 데스’에 대한 열정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이 수준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훈련과 인고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렇게 지미와 함께 공연을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 어떻게 보면 세대에 걸친 서커스라는 유산이 계속 전달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에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태양의서커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실시간으로 무대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음악으로, 밴드 리더인 에덴은 이 모두를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갓난아기 때부터 드럼스틱을 손에 쥔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온 태양의서커스 DVD를 감명 깊게 본 것 계기로 오디션에 도전해 2019년부터 ‘쿠자’에 합류했다.

‘쿠자’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는 광대가 등장하는 액트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연주가 진행되어야 한다. 공연의 음악을 총지휘하는 그는 콘서트와 달리 쉴 틈없이 달려가는 ‘쿠자’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말했다.

“교대로 공연하는 아티스트마다 곡예 스타일과 타이밍이 달라서 공연할 때마다 액트의 세세한 부분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콘서트에서 연주할 때는 곡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있지만, 이곳에서는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더 빨리 끝나기도 하고 더 오래 연주해야 하기도 한다. 음악 자체는 동일하지만 사운드를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

곡예를 펼치는 무대에 맞춰서 연주하는 만큼, 아티스트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모든 아티스트 코치와 항상 소통을 하고 있다는 에덴은 이에 맞춰 음악을 수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휠 오브 데스’는 굉장히 위험하고 리스크 있는 액트이기 때문에 음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계셔야 안심하고 편하게 공연하실 수 있다. 실제로 2~3주 전 ‘휠 오브 데스’ 음악에 현악기가 나오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타이밍을 한번 바꿨고, 이후에 또 이야기를 해서 한 번 더 바꾸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아티스트의 상황과 액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음악을 수정해 나가는 편이다.”

대부분의 서커스 관객들이 주목하는 것은 화려한 액트를 펼치는 아티스트인 만큼, 뮤지션은 뒤편에서 가려져 있기 마련이다. 이에 관해 에덴 역시 “서커스에서는 뮤지션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무대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본인이 아닌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에게 넘겼다.

“음악은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고, 이 거대한 이 퍼즐을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백스테이지에서 정말 많은 분이 또 다른 하나의 공연을 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열심히 해 주고 계시는데, 그래서 음악은 음악 정도로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대에 계신 분들의 스포트라이트를 저희가 대신 받거나 관심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에덴은 태양의서커스 ‘쿠자’라는 작품이 드러머에게 있어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럼 연주하는 라인 자체가 너무 다양한데, 그 이유가 이 작품을 만드신 분이 드러머 출신이기 때문이다. 드럼 솔로가 들어가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라며, “이 작품에서 연주하며 살면서 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고, 그래서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한편 태양의서커스 ‘쿠자’는 오는 12월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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